레디메이드, 경계 .

Year
2025
Genre
Play / 연극
Role
각색, 연출
Runtime
70분
공연명 포스터 1
공연명 포스터 2
1 / 2

About
the work

연극 〈레디메이드, 경계〉는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1934)』을
인공지능이 예술을 대체해 가는 현대의 풍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대량 생산되었으나 어디에도 쓰이지 못하는 기성품의 비유를
오늘날 예술가와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치환했습니다.

특히 무대 바닥을 거대한 바둑판으로 설계하고, 인물의 동선을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제4국 기보 수순에 맞춰 구성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기계의 완벽한 계산을 빗나간,
오직 인간만이 둘 수 있는 궤적을 입체적인 연극 언어로 직조해 냅니다.

Synopsis

AI가 예술을 복제하는 시대.
감정은 상품이 되었고, 창작은 시스템의 계산 안으로 들어갔다.
화가 P는 더 이상 그릴 수 없다. 공모전 탈락, 밀린 고지서, 책임지지 못한 아이.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빈 캔버스 앞에 멈춰 선다.
붓을 들고 있지만 그릴 수 없고,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그릴수록 생의 의미는 흐려져 간다.

이제 그는 묻는다.
“예술가란,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을 때에도 여전히 예술가일 수 있는가.”

한 인간이 창작자로서의 자신을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 불완전한 선 위에서 예술은 다시 시작된다.

마치 오래 전, 시대에 밀려 '기성품 인생'이 된 한 사내의 이야기처럼,
무대 위 또 한 사람의 삶이 조용히 경계에 선다.

Director's
Note

이 연극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이 창작을 모방하는 시대, 인간은 왜 여전히 예술을 하려 하는가.”

압도적인 기술의 효율성 앞에서 창작자들은 종종 무력감을 느낍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시대의 속도에 떠밀려, 우리는 점차 스스로를 소외된
'레디메이드(기성품)'처럼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고 이미지를 생성할지라도,
오직 인간만이 멈춰 설 수 있고, 실패할 수 있으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연극은 실패한 창작자, 잊힌 예술가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무력함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불완전한 감정’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의 본질
임을 믿습니다.
기계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
그 부서지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선 위에서 다시 시작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무대 위에 조용히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Live Recording

공연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