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돼지.
About
the work
연극 〈개, 돼지〉는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진 세 가지 실화를 엮어낸
옴니버스 형식의 사회 고발극입니다.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80년대 관제 축제 ‘국풍 81’,
그리고 미국의 은폐된 성폭행 사건 ‘터치다운’을 한 무대 위에 소환합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 기획되어 시대의 화두를 앞질러 던진 이 작품은,
6명의 배우가 20여 개의 배역을 쉼 없이 교차 연기하는 역동적인 구조를 통해
‘방관하는 대중’이라는 주제 의식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Synopsis
억압된 진실과 조작된 광기가 소용돌이치는 세 개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ep 1. 경희]
1918년, 도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나혜석’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시선에 맞서 여성의 자아를 외친다. 그러나 1919년 3.1 운동 참여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고, 시대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1921년 서울 최초의 개인전을 열며 쉼 없이 변화를 갈망한다.
[ep 2. 터치, 다운]
15년 동안 철저히 은폐되었던 대학 풋볼팀 코치의 추악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승리와 명예라는 이름 뒤에 숨어 진실을 묵인했던 시스템과 침묵의 카르텔, 그 속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비명이 뒤늦게 터져 나온다.
[ep 3. 국풍 81]
1981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은폐하고 민심을 돌리기 위해 신군부가 계획한 사상 최대 규모의 관제 축제 ‘국풍 81’이 열린다. 국가가 허락한 가짜 자유와 축제의 소음 속에 정작 들려야 할 진실의 목소리는 힘없이 묻혀버린다.
변화를 외치는 자와 그 입을 막는 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휘둘리며
‘개, 돼지’가 되어버린 사람들.
묻는다. 우리는 과연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Director's
Note
“개, 돼지가 많은 세상에서 변화를 외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우리는 개, 돼지인가?”
이 연극은 무비판적으로 상황에 동조하는 방관자들을 향한 일갈입니다.
저는 이 거대한 사회의 단면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 위해,
단 6명의 배우가 20명이 넘는 인물을 번갈아 연기하는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나혜석의 시대부터 국풍 81, 그리고 현대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소수의 배우가 억압자와 피억압자, 그리고 방관자의 역할을 순환하며 맡는
이 구조는 부조리한 역사가 반복되는 굴레를 상징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우리 역시 언제든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될 수도,
혹은 권력에 휩쓸려 인간의 존엄을 포기한 방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목격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시대의 정체 속에서도 '사람'으로 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무대 위에 펼쳐 보입니다.
Stills.
Photography — 공연 스틸컷
Live Recording